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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합격률만 보면 시험을 잘못 읽는다
합격률은 보통 가장 최근 회차 숫자 하나로 인용된다. 그런데 같은 종목의 다섯 해를 나란히 놓으면 이 숫자가 얼마나 불안정한지가 보인다. 여기서는 기사 등급 가운데 5년 내내 실기 응시자가 1,000명 이상이었던 39개 종목만 골라 실기 합격률이 해마다 어떻게 움직였는지 봤다. 응시자가 적은 종목은 우연 하나로 숫자가 크게 흔들리므로 뺐다.
자료와 계산
자료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한 「직무분야별 자격통계현황」 파일이다. 기사 · 산업기사 · 기능사 세 파일을 2026년 9월 26일에 내려받았고, 이용허락범위는 제한 없음으로 표시돼 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도별 필기·실기의 접수·응시·합격 인원과 합격률이 들어 있다. 이 글의 표와 수치는 모두 이 파일에서 직접 계산했다. 계산에 앞서 파일 안에서 같은 종목·연도·성별이 중복되는 행이 없는지, 표기된 합격률이 합격자 수를 응시자 수로 나눈 값과 맞는지를 확인했다. 중복 행은 0건이었고, 표기 합격률과 재계산값은 필기 4,706행 중 4,706행, 실기 4,816행 중 4,816행이 일치했다. 종목은 직무분야 소계 행을 제외하고, 남녀 합산 값을 썼다. 변동폭은 다섯 해 중 가장 높은 값에서 가장 낮은 값을 뺀 것이다.
가장 크게 출렁인 종목 6개
| 종목 | 2021 | 2022 | 2023 | 2024 | 2025 | 변동폭 |
|---|---|---|---|---|---|---|
| 인간공학 | 62.7% | 76.7% | 74.1% | 59.6% | 26.4% | 50.3%p |
| 도시계획 | 46.1% | 31.6% | 48.3% | 45.8% | 70.2% | 38.6%p |
| 산림 | 68.8% | 47.3% | 57.0% | 62.4% | 35.6% | 33.2%p |
| 건설안전 | 52.0% | 70.3% | 63.0% | 55.5% | 42.2% | 28.1%p |
| 설비보전 | 51.5% | 56.1% | 57.8% | 58.5% | 30.7% | 27.8%p |
| 정보통신 | 23.8% | 35.5% | 50.2% | 33.8% | 23.4% | 26.8%p |
가장 큰 폭은 인간공학이다. 2022년 76.7%까지 올랐던 실기 합격률이 2025년에는 26.4%로 내려앉았다. 다섯 해 사이 변동폭이 50.3%p다. 같은 기간 인간공학의 실기 응시자는 2021년 1,113명에서 2025년 7,645명으로 6.9배가 됐다. 응시자는 다섯 해 내내 늘었고(1,113 → 1,511 → 3,829 → 6,166 → 7,645) 합격률은 2022년 이후 내려갔다. 두 흐름이 겹친다는 것만 확인되며, 응시자 증가가 합격률 하락의 원인인지는 이 자료로 알 수 없다. 반대 방향의 사례도 있다. 도시계획은 2022년 31.6%에서 2025년 70.2%로 올라섰다. 이 종목의 실기 응시자는 다섯 해 동안 1,556명에서 1,860명 사이에 머물렀다. 응시자 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합격률은 크게 움직인 경우다.
다섯 해 내내 거의 흔들리지 않은 종목
| 종목 | 2021 | 2022 | 2023 | 2024 | 2025 | 변동폭 |
|---|---|---|---|---|---|---|
| 일반기계 | 44.8% | 45.1% | 41.2% | 48.4% | 44.1% | 7.2%p |
| 화재감식평가 | 45.7% | 42.6% | 44.7% | 40.3% | 37.7% | 8.0%p |
| 건설기계설비 | 60.6% | 54.4% | 55.5% | 52.4% | 57.3% | 8.2%p |
| 빅데이터분석 | 60.3% | 56.0% | 52.9% | 55.5% | 62.4% | 9.5%p |
일반기계는 다섯 해 동안 41.2%에서 48.4% 사이에 머물렀다. 변동폭 7.2%p는 위 인간공학의 50.3%p와 크게 다르다. 같은 기사 등급 안에서도 어떤 종목은 해마다 결과가 요동치고 어떤 종목은 거의 고정돼 있다.
오른 다음 해에는 어떻게 됐나
연속한 두 해의 변화 방향을 세어 봤다. 39개 종목의 5년 치에서 연속 변화 117쌍을 만들 수 있는데, 직전 변화 방향이 다음 해에도 이어진 경우는 36쌍(31%)이고 방향이 반대로 되돌아간 경우는 81쌍(69%)이다. 합격률이 오른 다음 해에는 내려가고 내린 다음 해에는 오르는 쪽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다섯 해짜리 자료라 규칙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같은 종목에서 겹쳐 뽑은 쌍이라 서로 독립도 아니고, 우연히 크게 튄 값이 다음 해에 평균 쪽으로 돌아오는 통계적 현상이 섞여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직전 해의 변화 방향으로 다음 해를 예상하는 것은 이 자료와 맞지 않는다.
통계가 말해 주지 않는 것
이 표만으로는 합격률이 왜 움직였는지 알 수 없다. 문제가 어려워졌을 수도 있고, 응시자 구성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출제 방식이나 채점 기준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공단 통계에는 원인이 실려 있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은 변동이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이유를 단정하지 않는다.
준비 계획에 쓰는 법
실용적인 결론은 하나다. 변동폭이 큰 종목은 최근 한 회차의 합격률로 난이도를 판단하면 안 된다. 인간공학처럼 다섯 해 사이 50%p 넘게 움직인 종목에서는 작년에 쉬웠다는 사실이 올해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런 종목은 모의 점수에 여유를 두고, 한 번에 붙지 못할 가능성을 일정에 넣어 두는 편이 안전하다. 변동폭이 작은 종목은 지난 합격률이 기대치로 쓰일 여지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합격률이 오른 다음 해에도 계속 오르는가?
이 자료에서는 그렇지 않은 쪽이 많았다. 연속한 해의 변화 117쌍 가운데 방향이 이어진 것은 31%뿐이고 되돌아간 것이 69%였다. 다만 이것은 변화의 방향을 센 것이고, 합격률 수준 자체가 해마다 얼마나 비슷한지는 따로 계산하지 않았다.
합격률이 급락하면 시험이 어려워진 것인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다. 응시자 수와 구성이 같이 바뀌었는지 함께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실기 응시자가 갑자기 늘었다면 준비가 덜 된 응시자의 비중이 커졌을 수도 있다. 합격률 하나로 시험의 난도를 확정할 수는 없다.
이 39개 종목은 어떻게 골랐나?
기사 등급 종목 중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실기 응시자가 1,000명 이상인 종목만 남겼다. 응시자가 적은 종목은 합격자 몇 명의 차이로 합격률이 크게 달라져 변동폭이 과장되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통과한 종목이 모두 표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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